자녀, 부모, 그리고 가족 교과서 사용법
-1탄, 내 자녀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마인드 카페 심리상담센터 분당수내점 원장 박윤정
필자는 12년 동안 수많은 가족을 만나오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순간을 자주 보았다. 특히, 가족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미궁 속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씩 단계를 밟아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이래서 대가들이 말하는 가족에 대한 조언이 늘 간단했던 것이리라. 본고에서는 필자가 이론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정보를 정리하여 쉽게 전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가족 사용 설명서]라는 가제이며,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단계를 크게 3개로 나누고, 자녀, 부모, 그리고 가족이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과정도 함께 전하기 위해서 각 단계 아래 3개의 step을 구성하였다. 이번 원고를 시작으로 3탄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1탄, Stage 1의 제목은 [자녀에 대한 일차적 이해]이다. 각 stag에 3개의 step을 구성하여 각 단계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을 배열하였고, 그 중 첫 번째 step 1에서 필요한 활동은 “아이에 대한 관찰일지 쓰기”이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관찰하는 자세”라고 감히 말해본다. 관찰(observ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 현상의 형편이나 동태 따위를] 주의하여 잘 살펴보는 것’으로, 주로 자연의 생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처음으로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에 대한 행동과 표정, 발달과정에 대한 세심한 관찰 없이는 아이를 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특히, 영아기 때 나타나는 아이의 여러 이상행동과 특이점들은 모두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관찰하지 않아서, 잘 알지 못하는 부모들은 대체로 난감하기 마련이다. 이 관찰과정에서 중요한 밑받침이 되는 것은 ‘인간의 발달 심리’에 대한 이해이다. 심리학 학부 과정에서 필수 과목으로 정해져 있는 과목 중 하나가 “발달 심리학”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발달함에 있어서 태아 때부터 노년기까지에 걸쳐 일어나는 여러 과정들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샅샅이 파헤쳐 놓은 책이다.
현장에서 자녀에 대한 육아 고민으로 방문한 부모에게 자녀 양육 코칭을 해보면, 이러한 기본적인 발달과정에 대해 알지 못해서 오는 부모들이 70% 정도 되니, 이 정도면 부모들도 이제 자녀의 발달과정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할 때라고 본다. 특히, 아동기에 자주 나타나서 갈등을 유발하는 ‘자아 중심성, 이타주의, 사회성’의 발달에 대한 부분과 두 자녀를 키울 경우에 나타나는 ‘형제, 자매간 경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애착(attachment)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기에는 이 발달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혹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발달 심리학 책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지 않나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단언코 그리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이에, 부모들은 자녀를 낳은 후, 인간발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본 서적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관찰일지‘를 쓰고 우리 아이의 행동들이 발달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수용적인 자세로 아이의 행동을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step은 이러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부부가 먼저 고민을 하면서 논의를 해보길 바란다.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부모다‘ 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종일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부모는 사실 아이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관찰을 했고, 발달에 대한 맥락에서 적용했을 때도 잘 모르겠는 부분은 두 부부가 신중히 토의를 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고집이 센 아이‘를 키울 경우, 자아 중심성이 형성되어 가는 유아기에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부분을 먼저 이해하고, 그래도 부모가 다루기에 버거운 경우에는 문제점에 대해서 서로 논의를 해봐야 한다. 예컨대, 이런 경우 상담센터를 방문한 부모들을 보면, 고집이 센 아이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거부적인 엄마여서 강하게 권위를 내세워 바로 잡으려고 하거나 또는 반대로 아이의 고집에 압도되어 지쳐버린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부부가 서로 자신들의 성격과 기질, 인내력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서도 회상해보면서, 나의 어린시절이 투사된 건 아닌지, 내가 육아에 너무 지쳐서 아이의 요구를 모두 좌절시켜 온 건 아닌지에 대해서 통찰을 가지고 서로 잘 안되는 부분을 도와가면서 육아에 임하는게 좋다.
세 번째 step은 이런 과정을 모두 해 보았는데도 안될 경우 마지막 단계로, 아이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유경험자를 찾아 조언을 구해보거나 육아 전문가를 찾아 고민 상담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때 기관을 방문하여 양육 코칭을 받기 전에, ’내가 아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아이가 언제부터 고집이 나왔는지‘ 등에 대한 아이의 발달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줄 때, 양육 전문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꼼꼼히 체크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만난 부모들 중, 10-20% 정도는 아이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고, ’아이가 도대체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나를 골탕먹이려는게 분명해요‘라고 얘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이런 부모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아이의 관찰, 발달 단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부모의 어린 시절 기질과 성격에 대한 논의까지 많은 과정을 알려주게 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러한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를 잘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낮은 부모 효능감을 호소하거나 심한 경우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부모의 정신건강에도 어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 아이, 부모 모두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진 경우가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다. 필자는 위에서 제시한 과정에 맞는 단계를 먼저 부모들이 이해한 후, 아이에 대한 관찰, 발달에 대한 기본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면, 부모의 정신건강도 챙기고 아이들의 육아에 대한 첫걸음을 잘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첫 번째 과정이 잘 시작되어야 앞으로의 육아도 수월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